양문호장 15화

제15화

반인미가 정말 네게
하녀를 시집보냈단 말이냐?

소자 무능하여
어언을 놓치고 말았습니다

- 괜찮다, 오히려 더 잘됐어
- 무슨 말씀이신지...

반인미의 약점을 잡았으니
이제 우리에게 복종하게 될 거다

정말 영명하십니다

명희한테서 서신이 왔다

이미 송의 황제와
국경 무역에 합의했다더구나

땅을 좀 잃긴 했어도
생산력도 없는 곳이니 상관없다

그 덕에 우린
송의 신임을 얻었으니까

무역이 성행하면
밀정들은 활동하기 쉬워지고

또 송의 돈도 벌 수 있다

그 돈으로 병사를 키워
다시 송을 치는 거지

명희가 결국 중원에 갔군요

자기 계획이니
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거다

계획은 그럴싸한데
실현 가능성이 있긴 한 겁니까?

그건 걱정 마라

어차피 우린 오랜 전쟁으로
너무 많이 지쳤어

백성들도 이제 좀 쉬게 해야 해

우리가 천천히 쉬면서
국력을 키우는 사이에

송은 방심하고 서로 싸우며
힘을 낭비하고 있을 테니

우리에게 더 유리해질 것이니
일거양득이 아니겠느냐?

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

제작 : COC 중원 자막팀

대본 : 도비

싱크 : 천사(mikycho)

상처를 깊게 내서
정말 송구합니다

아니다, 잘 했다
급소를 잘 피해 심하지 않아

공주께서 왜 이러신 건지
소인은 이해가 안 갑니다

대업을 이루려면
모험이 필요한 법이다

하지만 힘들게 얻은 땅을
그렇게 쉽게 내놓다니

전 억울하기만 합니다

나도 다 생각이 있다

넌 사심을 버리고
내 계획대로 따르면 돼

괜한 건 묻지 마라

- 천파부 -

연랑, 나 돌아왔어요
너무 보고 싶어요

이 늦은 밤에
약방이 문을 열었을까?

부숴서라도 열어야 해
공주가 잘못되면 큰일이라고

그렇지
저렇게 좋은 여자도 드물 거야

비록 적이지만 정말 감동했어

반표의 누이보다 백배 나아
그 집안사람은 전부 교활해

공주가 연랑을 좋아하나봐
그런데 연랑의 맘을 모르겠어

넷째 형 맘은 내가 알아

반표의 누이는 시집을 갔으니
이제 어쩔 도리가 없잖아

공주가 저렇게 온 몸을 바쳤는데
형이라고 감동 안 했겠어?

빨리 어언을 잊어야 할 텐데...

그럼 잊어야지
반가 놈들은 다 나빠

온 몸을 바쳐?

벌써 다른 사람이 생긴 건가?

왜 말이 없어요?

그냥 경치 구경하고 있었소

오늘 우리 집엔 왜 왔어요?

- 그냥...
- 그냥 경치 구경하고 있었소

오늘 멋있게 차려입었네요?
그냥 경치 구경하고 있었소

그날 왜 가다 넘어졌죠?
그냥 경치 구경하고 있었소

그만 하시오

그만할까요? 그럼 그 날은 왜
선물만 놓고 그냥 갔죠?

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가...

못생긴 내가 반표한테
모욕을 당하고 죽을까 봐요?

아니오
군주는 아름답소

그럼 반표가 내 진짜 모습을
보면 날 좋아할까요?

반표는 좋은 사람이 아니오

아니면 아닌 거지
오라버니가 왜 흥분하세요?

놈한테 속을까봐 그러오

그걸 어떻게 알아요?

반표는 보는 여자마다
좋다 그러고... 또

내가 그것도 구분 못할 만큼
바보로 보여요?

그냥 해본 소리예요
왜 그렇게 신경 써요?

우린... 어렸을 적 친구잖소

오라버니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
반표랑 같이 있으면 어쩔 거죠?

어쩔 거냐고요?

바보!

군주!

- 왜 그래요?
- 미안하오, 방금...

어수룩하게 그러지 말아요

방금 한 말 다 농담이니까
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요

초초 낭자

왜 그래요?

아니에요, 가요

괜찮아요?
안색이 아주 안 좋아요

좀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
난 괜찮으니 걱정 말아요

빨래는 나한테 주고
그만 들어가서 쉬어요

괜찮아요, 정말이에요

이리 줘요, 같이 빨아요

그럼 이따가 라도 피곤하면
들어가서 쉬어요

의운!

초초!

- 빨래하러 가는 거야?
- 네

왜 그래?

괜찮아요

- 초초!
- 초초 낭자!

- 초초! 왜 그래?
- 초초 낭자!

초초!

의원이 그러는데 몸이 많이
약해졌는데 맥은 정상이래

도저히 무슨 병인지 모르겠대

의원이 못 찾아냈으면
병에 걸린 게 아닌가보지

그런데 왜 툭하면 쓰러져?

피곤해서 빈혈이 온 거라잖아

깨어났나요?

두 분은 그만 쉬세요
여긴 제가 있을게요

- 내가 있을 테니 나가도 돼
- 내가 있을 테니 나가도 돼

그럼 이만 나가볼게요

초초 낭자가 깨어나면
그때 다시 가져오죠

그러게 평소에 둘이 왜 그렇게
싸운 거야? 다들 걱정하잖아

이럴 줄 알았다면 초초가
아무리 토라져 있었어도

싸우지도 않고
화나게 하지 않았을 거야

됐어

초초 깨어나면 둘이 사이좋게
지내라고 내가 잘 말할게

이제 곧 형수가 될 텐데
당연히 사이좋게 지내야지

초초, 좀 어때?

괜찮아요, 그냥 좀 피곤해요

의운한테 약을 가져오라고 할게
약 먹으면 나아질 거야

방금 하신 얘기 다 들었어요

그래?

난 이제 곧 죽을 텐데
형수는 무슨 형수예요?

무슨 소리야? 죽긴 왜 죽어?
좀 피곤해서 그런 거야

나랑 싸우느라 피곤해서
몸이 상했나 봐

일어나서 다시 날 막 욕해
그럼 금방 나을 거야

어서!
금방 털고 일어난다니까

나랑 있으면 재미없지?

가서 셋째 형을 불러올게

좀 괜찮소? 누워 계시오
상처가 덧날지 모르오

걱정 마요
난 명이 아주 길죠

급소를 다친 것도 아니니
며칠 쉬면 금방 나을 거예요

그렇긴 해도 조심하는 게 좋소

상처가 남는다면 하느님한테
벌 받을 거라고 생각 해야죠

그나저나 흉터가 있는 여자를
누가 데려가려고 할까요?

무슨 소리요?
공주는 아름답소

정말인가요?

경국지색이면 뭐 해요?
좋아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

내가 구해준 것 때문에
고마워하는 건 알겠소

하지만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
공주를 구했을 거요

그러니 너무
신경 쓰지 마시오

단순히 은혜 때문이라면
이렇게 힘들지는 않겠죠

은혜를 갚는 게 쉽나요 아니면
사람 마음을 얻는 게 쉽나요?

그런 얘긴 그만 하고
몸조리부터 하시오

맘속에 담고 있으려니
너무 답답해요

만약... 만약에
어언보다 날 먼저 알았으면

지금 상황이 달라졌을까요?

모르겠소

왜 웃으시오?

아니라고 말하지 않아서
너무 기뻐서 그래요

내게 가지고 있던 적의가
많이 사라졌다는 증거니까요

내가 가끔 어린애처럼
어리광을 부리죠?

허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소

기쁘기가 무섭게
다시 상처를 주는군요

공주님
절 용서해 주십시오

공주님의 넓은 아량을 보니
제가 너무 비겁했어요

만약 공주님께서 잘못되면
제 목숨으로 죗값을 치르겠어요

정말 그렇게 생각해?

- 고마워요, 이리 줘요
- 잠깐!

약은 괜찮은 거겠지?

요나라 사람을 미워하지만
독을 탈 정도는 아니에요

연랑, 너무 그러지 말아요
이리 줘요

너무 쓰다

난 세상에 겁날 게 없지만
쓴 약은 무서워요, 우습죠?

귀한 공주께서
왜 이런 고생을 하시오?

내가 원해서요
낚시할 때 말했잖아요

나도 분명히 말했소
난 공주와 어울리지 않소

알았으니 그만해요
누워만 있었더니 답답하군요

바람 좀 쐬면 안 될까요?

움직이지 않는 게 좋소

괜찮아요
한 바퀴만 돌게요, 딱 한 바퀴만

그럼 내가 부축하리다

가산에 데려다 줘요

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어요

어릴 적에 달에 소원을 빌면
이뤄진다는 말을 들었죠

난 그 말을 진짜로 믿었어요

결국 밤새 달을 기다리다
그 다음날 감기에 걸렸죠

난 어려서 몸이 약해
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게 많았소

하지만 난 듣지 않았지

어릴 때뿐이 아니라
지금도 부모님 속 썩히죠?

어떻게 알았소?

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선
다 알아야 정상이잖아요

그 얘긴 그만 합시다

형! 의원이 왔어
공주님과 함께 가봐

알았어, 금방 갈게

오늘은 가만 안 둘 거야!

- 가만 안 둬
- 용서 못해

- 다리를 분질러 놔야지
- 어디 두고 봐

- 승상부 -

- 얼른 가자
- 가만 안 둘 거야!

- 도련님, 오늘은 누굴 때리죠?
- 양연랑!

아주 몹쓸 놈이야!

어언과 죽고 못 살 땐 언제고
그새 딴 여자를 만나?

나보다 더 바람둥이잖아!

맞습니다
가만 두면 안 됩니다

천파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면
어떻게 나오나 보자, 가자!

가자!

도련님! 도련님!
저 낭자가 왠지 낯이 익은데요

낭자는 또 무슨 낭자?
또 남의 처자를 훔쳐봤냐?

네가 욕보이려던 그 낭자?

아니요, 저길 좀 보세요
아가씨와 닮았어요

- 아가씨?
- 맞아요, 비슷해요

- 보세요
- 어디?

저기요! 저기!
안 보이세요?

어언!

누구세요?

나야, 네 오라비야
잘 봐봐

오라버니

어언, 고생 많았지?

피곤해요
너무 피곤해요

어언, 어언

어언, 어언!

- 운래객잔 -

물... 물 좀 줘요

어언, 여기 있다, 물 줄게
자, 여기 물 있어

천천히 마셔, 천천히

얼굴도 창백하고 많이 말랐구나
그동안 고생 많았지?

말로는 다 못해요

전부 그 양가 놈 때문이야
당장 혼내주겠어

오라버니
이제 와서 뭘 어쩌시려고요?

승상의 외동딸이 누추한
객잔에서 이게 무슨 꼴이냐?

집에도 못가고
떳떳하게 나서지도 못하고...

제 운명인걸요

그냥 다 포기하고
머리 깎고 비구니가 될까 봐요

누구 좋으라고 그런 짓을 해?

이제와 뭘 바라겠어요
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걸요

누이야... 누이야

너무 상심하지 마라
널 아끼는 오라비가 있잖니

내가 아버지를 잘 달래서
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마

참, 오라버니
취아가 죽었어요

뭐? 태자비가 되었잖아
갑자기 왜 죽어?

태자가 모든 사실을 알고
화가 나서 죽여버렸어요

큰일 났다, 정말 큰일 났어
이제 어쩌면 좋지?

어서 아버지께 말씀드려서
방법을 강구해요

폐하께서 아시면 절대 안 돼요

우리 집안은
멸문지화를 당할 거예요

전부 다 양연랑 때문이야!

- 천파부 -

양연랑! 이 나쁜 놈!
썩 나오지 못해!

반 공자님!
왜 이러십니까?

내가 할일 없어 이러는 줄 알아?

양연랑! 어서 나와!
여자 치마폭에 숨지 말고!

당장 나와! 나오라고!

- 반 공자님! 공자님!
- 반표! 무슨 일이야?

누굴 좀 만나러 가자
그럴 용기 있어?

- 누구?
- 그럴 용기가 있냐니까?

- 물론이지
- 따라와

어언? 어언!

- 어언
- 내 누이한테 손대지 마!

연랑, 당신이에요?

거기 서지 못해!

어언, 돌아왔소?

어디 좀 봅시다

안색도 안 좋고 야위었구려

저리 비켜!

이 놈이 말은 아주 청산유수로군
헛소리 집어치우고 공주한테 가!

어언, 계속 기다렸소

당신 소식을 듣고
지금껏 찾아 헤맸소

그러다 혼인했단 얘기를 듣고...

맞아요
전 이미 혼인했어요

혼인 후에도
잘 지낸다는 얘길 들었소

그래서 안심했지

맞아요

전 지금 아주 행복해요

남편도 아주 잘해주고요

거짓말! 정말 행복하다면
왜 이렇게 초췌한 거요?

왜 당당하게 행차하지 않고
이런 객잔에 있지?

알겠소, 남편이 괴롭혀서
몰래 도망쳐 나온 거지?

말해 보시오
당신을 괴롭혔소?

아니에요
아무도 괴롭히자 않았어요

어언은 너 때문에
이렇게 된 거야

어언
어디 자세히 좀 봅시다

양연랑! 어언은 혼례 날
널 찾아 변방으로 갔어

얼마나 고생이
심했는지 알기나 해?

어언
그게 정말이오?

오라버니, 그만 해요
그만 잊으세요

더 보고 싶지 않으니
그만 가라고 해요!

네 놈을 보고 싶지 않대
어서 가!

어언, 난 몰랐소
믿어 주시오!

그만 해요, 어서 가요!

어언, 힘들게 돌아왔는데
날 안 볼 거요?

이런 철면피 같은 놈!
보고 싶지 않다잖아!

- 어서 가! 어서!
- 어언! 어언!

- 보기 싫다잖아! 꺼져!
- 어언!

꺼져! 어서 꺼져!

당장 꺼져!

- 운래객잔 -

오라버니
잠깐만 얘기하고 올게요

안 돼
얼마나 더 당하려고 그래?

아무리 그래도
잊을 수가 없어요

그 놈과 너는 이제
더 이상 희망이 없어

하지만 지금 연랑 말고
또 누가 날 원하겠어요?

- 말해 봐요
- 하지만...

그 많은 일을 겪었지만
제 맘엔 연랑뿐이에요

놈은 변심했어, 요나랑 공주랑
희희낙락하는 사이란 말이야

너도 직접 봤잖아!

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요

연랑을 보는 순간 제 맘속의
응어리가 전부 녹아버렸다고요

머릿속이 온통 연랑뿐이에요

오라버니
너무 힘들어요

어언, 좀 참아라

아버지를 설득해볼게
누가 뭐래도 넌 승상의 딸이야

연랑이 없으면
제 인생은 의미가 없어요

네 모든 걸 다 포기할 만큼
그 놈이 그렇게 중요해?

난 지금 물에 빠진 사람이고
연랑은 날 구해줄 유일한 끈이죠

내가 있잖아, 어려서부터
널 아끼던 오라비가 있잖아

너무 힘들어요
제발 연랑을 만나게 해 주세요

몇 마디만 하고 올게요
부탁이에요, 오라버니

꼭 만나야겠다면 어쩔 수 없지
하지만 몰래 만나야 해

내가 약속을 잡아볼게

연랑, 이러지 말아요

어언
잠깐만, 아주 잠깐만

전 마지막으로
얘기하러 온 거예요

무슨 소리요?
마지막이라니

우린 다신 안 헤어질 거요

우리...

그만 헤어져요

헤어져? 왜?
우리가 왜 헤어지지?

나랑 함께 있는 게 싫소?

아니요, 싫은 게 아니라
그럴 수 없는 거예요

난 요나라의 태자비예요

폐하께 죄를 짓고
멸문을 당하고 싶으세요?

어언, 당신을 위해서라면
아무것도 겁나지 않소

하지만 내가 겁나요

가족들을 해칠 순 없어요

나와 함께 갑시다
아주 멀리 갑시다

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
함께 가는 거요

어언, 우리만의 무릉도원에
가고 싶다고 했잖소

그곳으로 가는 거요
아무도 못 찾는 곳으로 가요

그땐 제가 너무 순진했어요

세상에 정말
무릉도원이 있는 줄 알았거든요

걱정 없이 자유롭게
살 수 있는 곳이요

하지만 수천리 길을 찾아 헤매도
결국 못 찾았어요

연랑, 세상에 무릉도원 따위는
존재하지 않아요

완전한 사랑 같은 것도 없고요

아니오, 그렇지 않소

우리가 함께 찾으면
분명히 찾을 수 있소

그 먼 길을 다녀봤지만
세상엔 전쟁과 음모뿐이었어요

너무 피곤해요
이제 쉬고 싶어요

당신도 지난 추억도
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

무거운 짐을 다 벗어버리고
이젠 편안하게 살 거라고요

어언
그런 생각은 하지 마시오

지금 당장 갑시다
아무도 못 찾는 곳으로 갑시다

새로 시작하는 거요
갑시다!

연랑, 안 돼요
우린 새로 시작할 수 없어요

만약 지난 추억을
깨끗이 다 지울 수 있다면

세상에 진실한 사랑 따위는
존재할 수 없겠죠

변방에서 경성으로 와보니
당신 곁엔 다른 사람이 있더군요

명희 공주를 말하는 거요?
그건 오해요

다 봤으니 변명하지 말아요
내마음만 더 아프니까

- 내 얘길 들어보시오
- 됐어요, 연랑

제가 할 말을 이뿐이에요
이만 갈게요

부디 행복하세요

어언!

따라오지 말아요
그래도 소용없어요

난 당신 곁에 돌아가지 않아요

- 공주께 인사 올립니다
- 인사는 됐다

- 아바마마의 서신이 왔느냐?
- 네

이상하군

무슨 일이 생겼습니까?

아니다

내일부터 반인미의 집을 살펴라
낯선 사람이 드나드는지 잘 봐

명심하겠습니다

나가 봐라

공주님
부탁이 하나 있습니다

말해봐라

초초가 너무 불쌍합니다
저와 요나라의 관계를 모르...

닥쳐!

언제부터 이렇게
마음이 약해졌지?

죽여주십시오

인정을 베풀다
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어!

지금 해독약을 건네주다
들키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?

이번은 용서해 주마
다음에 또 이러면...

탐자영의 규율은 너도 알겠지?

알겠습니다

연랑!

- 공주님
- 양부인

이 늦은 시간에
왜 연랑을 찾으시죠?

침상에 누워있으려니 답답해서
산책이나 할까 하고요

늦었는데
아직 안 주무셨어요?

초초가 저 지경이라
잠이 안 오네요

부인, 너무 걱정 마세요
분명 하늘이 지켜줄 거예요

그랬으면 좋겠군요

늦었는데 연랑은 왜 안 오지?
집안일엔 통 관심이 없으니...

연랑이 독단적으로 보이긴 해도
마음은 참 여려요

어려서부터 형제들과
잘 어울리진 않았지만

부모님에 대한 효심은 결코
형제들보다 적지 않다고 했죠

공주께선 연랑의 마음을
제대로 꿰뚫고 계시군요

- 연랑이 지기를 만났네요
- 과찬이십니다

날씨가 차니
그만 돌아가 쉬시지요

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

이렇게 좋은 분께
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요

별말씀을요, 이만 들어갈 테니
부인도 그만 쉬세요

네

왜 그래요?
누가 화나게 했어요?

어디 손 좀 봐요

왜 그래요? 안 좋은 일 있어요?
말해 봐요

당신은 다 좋은데 툭하면
말 안 하는 게 제일 나빠요

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
알 길이 없잖아요

무슨 고민인지 말해 봐요
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

어언이 돌아왔소

그래요?
그... 그럼 만났나요?

이상하네, 오라버니가
변경에 왔단 얘긴 못 들었는데

혼자 왔소
아주 안 좋아 보였지

행복하게 잘 산다고 했잖소?

내가 만났을 땐
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소

나도 전해들은 거예요
불행하대요?

내가 대신 만나볼까요?

너무 걱정 말아요
괜찮을 거예요

당신 손부터 좀 봐요

이것 좀 봐요

초초, 약 먹어라

안색이 좋아진 걸 보니
병이 호전되나 보다

- 그래요?
- 그래

행복한 생각만 하고 맘을
편히 하면 병도 빨리 낫는 거야

- 행복한 생각이요?
- 그래

아버지가 저 때문에 걱정하지
않으시면 그걸로 행복해요

네 병만 다 나으면
내가 괴로울 일이 있겠니?

드릴 말씀이 있는데 해도 될지...

괜히 희망을 가지셨다가
더 상심하실 것 같아서요

그럼 하지 마라, 하지 마

어젯밤 제가 죽는 꿈을 꿨어요

그런 생각 마, 네가 왜 죽어?

초초,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?

당장 셋째 도련님을 불러오마
알았지?

왜 그분을 불러요?

- 요즘 너와 셋째 도련님이...
- 아버지, 오해하지 마세요

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

- 그런 일이 있소?
- 그렇습니다, 큰 도련님

이러지 마시오, 이러지 마시오

초초가 셋째 도련님께
맘이 있나본데 좀 도와주세요

셋째 도련님도 마찬가지고요

제발 불쌍한 우리 초초를 위해
마님께 청혼을 좀 넣어 주십시오

저렇게 아프다가 행여라도...

걱정 마세요
이건 경사인 걸요

걱정 마시오
이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

갑사합니다, 감사합니다

- 네 생각은 어떠냐?
- 허락해주십시오

일어나라, 일어나

사실 나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
집사가 말 안 했어도

초초 생각을 들어보고
일을 매듭지을 생각이었어

어머니

집사는 이 혼사를 치러서
초초를 기쁘게 하려는 걸 거다

그럼 병도 금방 낫겠지

당장 아버지와 의논해서
좋은 날로 택해주마

더 끌 필요 없잖니

감사합니다, 어머니

고맙긴, 난 진작부터
초초를 며느리로 삼고 싶었어

자, 어서 초초한테
이 기쁜 소식을 전해라

네

막내야

어머니께서
초초와 내 혼사를 허락하셨어

나도 들었어, 형
정말 축하해

다 네 덕분이야, 너 아니었으면
무슨 수로 초초와 혼인하겠어?

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으마

그럼 난 초초한테 이 소식을
빨리 알려주러 가야겠어

자, 조심...

왜 그러셨대요?
아버지가 괜한 얘기를 하셨군요

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
무슨 혼례를...

초초! 아무 일 없을 거야
내 아내가 되면 금방 나을 거야

힘내, 막내도 그렇고
온 가족 모두가 우릴 축복하잖아

그러니 괜한 생각 마

막내 도련님도
우릴 축복했다고요?

그럼, 방금 소식을 전했더니
축하해 주던걸?

다들 얼마나 기뻐하는지 몰라

혼례를 치르면
초초도 금방 나을 거야